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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ce OS 관점의 주거 로봇 친화 건축 설계 원칙 제안] 민동현, 김수민, 김예영, 이새연, 정준수, 박기철
Reviewed by 민동현 연구원
본 연구는 가정용 서비스 로봇이 기존 주거 공간에 사후적으로 도입되는 방식, 즉 retrofit 방식의 한계를 문제의식으로 삼는다. 청소, 배달, 돌봄 등 다양한 가정용 로봇이 확산되고 있지만, 현재의 주거 공간은 대부분 인간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어 로봇이 문턱, 가구, 계단, 반려동물, 예측 불가능한 거주자 행동 등 여러 환경적 제약 속에서 작동해야 한다. 이로 인해 로봇은 가사노동을 줄이는 기술임에도 불구하고, 사용자가 로봇의 이동, 오류, 충전, 관리 상태를 지속적으로 신경 써야 하는 새로운 인지적 가사노동을 발생시킬 수 있다.
본 연구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거를 개별 가전과 로봇이 배치된 공간이 아니라, 인간과 로봇의 동선, 데이터 흐름, 서비스, 인터페이스가 통합적으로 조율되는 ‘공간 OS(Space OS)’로 바라본다. 이 관점에서 로봇 친화 주거는 단순히 로봇이 다닐 수 있는 복도 폭이나 바닥 재질을 확보하는 수준을 넘어, 로봇의 존재와 작동 방식이 거주자의 생활 리듬과 인지 부담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이론적 배경으로는 Daminger의 인지적 가사노동 개념, Sanders와 McCormick의 산업 인간공학 동선 분리 원칙, Weiser와 Brown의 Calm Technology 개념을 활용한다. Daminger는 가사노동이 물리적 수행뿐 아니라 예측, 확인, 결정, 감시라는 지속적인 인지적 노동으로 구성된다고 보았다. 산업 인간공학은 사람과 기계의 이동 경로를 분리하는 것이 안전성과 효율성을 높인다고 설명한다. Calm Technology는 기술이 필요할 때는 접근 가능하되, 평상시에는 사용자의 주의를 과도하게 끌지 않아야 한다는 관점을 제공한다.
본 연구는 이러한 이론을 바탕으로 ‘이중 가시성’ 개념을 제안한다. 이는 로봇 인프라가 물리적으로는 벽, 바닥, 천장 속에 통합되어 눈에 덜 띄어야 하지만, 기능적으로는 필요 시 접근 가능해야 하며, 인지적으로는 거주자의 주의 영역에서 주변부에 머물러야 한다는 원칙이다. 즉 로봇은 완전히 숨겨지는 것도, 항상 드러나는 것도 아니라 상황과 기능에 따라 조절 가능한 방식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사례 분석에서는 네이버 1784, 현대 팩토리얼 성수, 알리바바 플라이주 호텔, 딜로이트 디 엣지 등 네 가지 비주거 로봇 통합 공간을 비교한다. 네이버 1784는 로봇 전용 엘리베이터와 제어 시스템을 통해 인간과 로봇의 수직·수평 동선을 효과적으로 분리한 사례로 평가된다. 팩토리얼 성수는 공유 엘리베이터 안에 로봇 지정 위치를 마련하는 현실적 대안을 보여준다. 플라이주 호텔은 로봇과 투숙객이 같은 복도를 공유해 동선 충돌과 인지 부담이 커질 수 있는 사례로 분석된다. 디 엣지는 센서와 데이터 기반 운영을 통해 사용자가 로봇을 직접 의식하지 않도록 설계한 점이 특징이다.
이러한 분석을 주거 환경에 적용할 때는 주거가 비주거 공간과 다르다는 점이 중요하게 다뤄진다. 주거는 장기간 머무는 생활 공간이며, 행동 패턴이 일정하지 않고, 기능적 효율뿐 아니라 정서적 안정과 사생활 보호가 중요하다. 따라서 비주거 사례의 로봇 통합 방식을 그대로 가져오기보다, 주거의 특수성을 반영해 재구성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본 연구는 다섯 가지 Space OS 설계 원칙을 제안한다. 첫째, ‘외피 순환’은 로봇 동선을 주거 단위의 외벽이나 공용 코어를 따라 배치하여 로봇이 생활 중심부가 아니라 주변부에서 움직이도록 하는 원칙이다. 둘째, ‘일방향 흐름’은 로봇 동선을 왕복이 아닌 순환형으로 설계해 충돌과 교착을 줄이는 방식이다. 셋째, ‘수직 분리’는 인간 엘리베이터와 로봇 이동 수단을 분리하거나 시간 분할 방식으로 운영해 층간 이동의 충돌을 줄이는 원칙이다. 넷째, ‘표준화된 도킹 인터페이스’는 건축 시공 오차와 로봇의 정밀 작동 사이의 차이를 흡수할 수 있는 어댑터 계층을 마련하는 것이다. 다섯째, ‘이중 가시성’은 로봇과 인프라가 외부 공용부에서는 관리 가능하게 드러나되, 주거 내부에서는 조용하고 비침습적으로 작동하도록 하는 원칙이다.
결론적으로 본 연구는 로봇 친화 주거를 단순한 스마트홈의 확장으로 보지 않고, 로봇과 인간이 공존할 수 있도록 주거 공간 자체를 운영체제처럼 재설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연구의 기여는 인지적 가사노동 문제를 건축 설계의 문제로 전환하고, 인간공학의 동선 분리 원칙과 Calm Technology의 가시성 전략을 결합해 로보타이즈드 홈의 설계 원칙을 제안했다는 점에 있다. 다만 본 연구는 개념 연구이므로 실제 주거 환경에서의 사용자 검증, 인지 부담 감소 효과의 정량 측정, 비용과 제도적 실행 가능성 검토는 후속 연구 과제로 남겨 두고 있다.
[학회 후기]
학술대회에서 본 연구를 발표하며, 로봇–주거의 문제를 단순히 ’로봇 성능’이나 ’기술 고도화’의 관점이 아니라 ’공간 설계’의 관점으로 전환하는 시도가 디자인·건축·공학을 아우르는 자리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를 직접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본 연구는 가정용 로봇을 하나의 제품이나 기기로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주거 공간 전체의 운영 체계와 연결하여 설명하고자 했기 때문에, 발표 과정에서 개념의 스케일과 논리 구조를 명확하게 전달하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제한된 발표 시간 안에 Space OS라는 큰 개념과 이중 가시성 매트릭스, 그리고 5대 설계 원칙의 계층적 구조를 모두 설명하는 과정에서, 연구의 정합성만큼이나 청중이 한눈에 따라올 수 있는 서사가 중요하다는 점을 체감했습니다. 내부적으로는 충분히 익숙한 개념이더라도, 외부 연구자들에게는 용어와 문제의식이 낯설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어떻게 풀어 설명하느냐에 따라 연구의 설득력이 달라질 수 있음을 느꼈습니다.
또한 서로 다른 분야의 연구자들과 같은 세션에 섰던 경험은, 제 연구를 우리 팀 안에서 통용되는 내부 논리만으로 설명하는 데서 나아가 외부의 언어로 번역해 전달하는 훈련이 되었습니다. 건축 분야의 연구자는 공간 구조와 배치의 관점에서, 디자인 분야의 연구자는 사용자 경험과 인지 부담의 관점에서, 공학 분야의 연구자는 로봇의 이동성과 시스템 운영 가능성의 관점에서 연구를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다양한 시선은 본 연구가 앞으로 더 견고해지기 위해 어떤 부분을 보완해야 하는지 돌아보게 해 주었습니다.
질의응답 과정에서도 후속 연구의 방향을 구체화할 수 있는 질문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특히 “공간 OS 관점은 스케일이 매우 큰데, 제안한 원칙을 후속 연구에서 어떤 방식으로 사용자 평가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은 본 연구가 개념 제안에 머무르지 않고 실증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지점을 짚어 주었습니다. 이에 대해 실제 크기의 주거 프로토타입을 제작하기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으므로, 가상 환경을 기반으로 VR 또는 디지털 트윈을 구축하고, 거주자가 직접 로봇의 동선과 가시성 시나리오를 체험하도록 하여 사용자 평가를 진행하고자 한다고 답변하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후속 연구에서는 단순 선호도 평가를 넘어, 인지 부담, 예측 가능성, 공간 내 안정감, 로봇 이동에 대한 수용성 등을 함께 측정할 필요가 있음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청취 후기]
이번 학회에서 가장 크게 느낀 점은 세부 분야가 다른 연구자들과 한 세션에서 발표하며, ’외부의 언어’로 소통하는 법을 배웠다는 것입니다. 연구실 내부에서는 당연하게 공유되던 문제의식이나 개념이, 다른 분야의 연구자들에게는 별도의 설명과 맥락화가 필요한 내용일 수 있다는 점을 실감했습니다. 아직은 부족하지만, 우리 팀원들끼리 통하던 내부 논리에서 벗어나 다른 시각을 가진 연구자들에게 제 연구를 설득력 있게 번역하여 전달하는 값진 훈련을 할 수 있었습니다.
발표와 질의응답을 거치며 스스로 아쉬운 부분도 분명히 보였습니다. “이 과정은 타 분야의 시선에서 이렇게 설명했다면 더 견고했을 텐데”, “우리 연구의 배경과 문제의식을 외부 언어로 더 매끄럽게 설명했어야 했는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Space OS라는 개념은 연구의 핵심이자 강점이지만, 동시에 범위가 크고 추상적으로 느껴질 수 있기 때문에 구체적인 사례와 사용자 경험의 장면을 통해 더 직관적으로 전달할 필요가 있음을 느꼈습니다.
이번 학술대회는 단순히 연구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를 넘어, 제 연구가 외부에서 어떻게 읽히고 해석되는지를 확인하는 기회였습니다. 또한 논지를 완벽하게 전달한다는 것이 단순히 자료를 잘 준비하는 것만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라, 연구의 핵심을 청중의 관점에서 재구성하고, 분야 간 언어의 차이를 조율하는 내공을 필요로 한다는 점을 실감한 시간이었습니다. 앞으로의 연구에서는 개념적 완성도뿐만 아니라, 이를 검증하고 전달하는 방식까지 함께 고민하며 연구의 설득력을 더욱 높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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